서비스 기획

[회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선택받는 것은 달랐다

pmjigu 2026. 7. 21. 12:48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출시하고 운영하며 가장 크게 배운 것

하나의 웹 서비스를 초기 기획부터 출시, 운영까지 경험했다.

문제를 정의하고, 기능을 정하고, 화면을 설계했다. 출시 이후에는 실제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며 불편한 지점을 고쳤다.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전 과정을 지나고 나니 여러 배움이 남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제품의 완성도만으로는 서비스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지나치게 집중했다고 본다. 

사용자가 더 편하게 이용하려면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화면의 구조는 자연스러운지, 사용자 흐름에서 걸리는 부분은 없는지 혹은 적절한지를 계속 고민했다. 이런 개선이 쌓이면 제품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서비스 내부의 경험을 다듬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운영을 이어가며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제품을 잘 만드는 일과 그 제품이 시장에서 발견되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언덕 위 빵집의 진열대만 고치고 있었다

 

이 경험을 빵집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미 빵집이 많은 한 마을에 넉넉하지 않은 자본으로 가게를 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언덕 위에 빵집을 열었다고 해보자. 손님이 기대만큼 오지 않자 손님이 들어오기 편하게 문을 수리하고, 빵이 잘 보이게 진열대를 다시 배치하고, 간판의 디자인을 바꾼다. 가게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분명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빵집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아무리 특별하고 맛있는 빵을 준비했더라도 사람들은 우연히 언덕을 오르지 않는다. 어떤 빵을 파는 곳인지, 왜 찾아갈 만한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알려야 한다.

우리 서비스도 비슷했다. 이미 방문한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아직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존재를 알릴지, 어떤 이유로 관심을 갖게 할지, 왜 다른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우리릉 어떻게 소개할지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계하지 못했던 것이다. 


좋은 제품만으로 선택받기 어려운 시장

 

지금의 서비스 시장은 이미 많은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하나의 도메인 안에서도 오랫동안 사용자를 확보한 대표 서비스가 있고, 특정 기능을 더 편리하게 만든 서비스도 있으며, 비슷한 문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제품도 계속 등장한다.

신규 고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사용해 볼 이유가 크지 않다. 이미 익숙하게 쓰는 제품이 있고, 그 안에 기록과 데이터, 관계와 사용 습관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기존의 방식을 멈추고, 다시 가입하고, 낯선 화면을 익혀야 한다. 만드는 사람에게는 간단해 보이는 몇 단계가 사용자에게는 굳이 넘어야 할 이유가 없는 장벽이 될 수 있다. 기능이 조금 더 많거나 사용성이 조금 더 좋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제품을 떠나는 사람도 많지 않다. 현재 쓰는 서비스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대부분은 익숙한 선택을 유지한다.

같은 분야에 여러 대안이 존재할수록 차이는 더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모든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하지 않는다. 평소 자주 접한 이름, 주변의 추천, 한눈에 이해되는 메시지처럼 판단하기 쉬운 단서를 바탕으로 선택한다.

제품 안에 좋은 기능이 있어도 서비스 밖에서 그 가치가 보이지 않으면, 사용자에게는 수많은 비슷한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우리는 사용자가 서비스에 들어온 이후의 흐름은 세밀하게 살폈지만, 그 이전 과정은 충분히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지, 무엇을 보고 관심을 갖는지, 기존 제품을 두고 이동할 만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더 깊게 고민했어야 했다. 제품을 만드는 일은 화면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발견하고, 필요성을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 보기로 결정하는 과정까지 제품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기능은 복제되지만 관계는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운영을 하며 기능만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느꼈다.

좋은 기능을 먼저 출시해도 비슷한 기능은 빠르게 등장한다. 특히 AI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현 자체가 차별점으로 남는 기간은 더 짧아졌다. 물론, 기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기능 하나만으로 사용자가 계속 머무를 이유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서비스가 오래 성장하려면 복제하기 어려운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중 하나가 서비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창작자와 사용자가 연결되고, 사용자끼리 경험을 공유하고, 활동의 결과가 다시 새로운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는 화면이나 기능을 따라 만드는 것만으로 재현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며 쌓인 신뢰와 문화, 이용자 간의 연결은 다른 서비스로 쉽게 옮겨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사람을 제대로 연결하고,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질 이유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유입 이후의 관계까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음 서비스를 만든다면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지도 조금은 분명해졌다.

기획 초기부터 기능, 디자인, 사용성뿐 아니라 유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누가 이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지,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메시지를 통해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지까지 제품 전략 안에 포함해야 한다. 유입 이후의 흐름도 달라야 한다. 사용자가 한 번 방문해 콘텐츠를 이용하고 떠나는 데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 이유가 있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특히 창작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쌓이고, 이용자가 단순 소비자를 넘어 참여자와 팬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고민해 보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보는 경험을 넘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반응과 기록이 서비스 안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며, 창작자 역시 팬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앞으로는 콘텐츠를 보고 나가는 데서 끝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창작자를 계속 팔로우하고, 콘텐츠에 반응하고, 다른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방문할 이유가 생기는 공간을 만들고, 그런 곳에 합류하여 함께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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