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기획] AI 시대에서 좋은 프롬프트보다 중요한 것

pmjigu 2026. 5. 15. 15:57
출처 : 나무위키

AI에게 묻기 전에

이제는 AI를 활용해 일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혼자 자료를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 한참 고민했을 텐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기보다, AI에게 넣을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일단 AI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기획을 하다가 막히면 AI에게 물어본다. 시장 조사가 필요하면 정리해달라고 하고, 문서의 구조가 필요하면 초안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이제 AI는 특별한 도구라기보다 일을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켜두는 기본 도구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AI를 쓰다가 초반에 느끼는 것이 있다.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답변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AI를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 AI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조건을 구체적으로 적고, 원하는 형식을 지정하고, 예시를 함께 넣는 식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꽤 도움이 된다. 같은 질문이라도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답변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프롬프트를 찾아보고, 서로 공유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획 등 업무에서 AI를 쓰다 보니, 그보다 앞에 있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를 잘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좋은 프롬프트 문장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기획의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누구의 어떤 문제인지.
이번 작업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얻고 싶은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결과물을 발행하거나 전달해야 하는지.


이 질문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AI에게 물어보면, 답변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기획에는 잘 붙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정보는 많고 문장은 매끄럽지만, 정작 내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와는 조금씩 어긋나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 1.  AI에게 3가지 확인하기

여기까지 오기 전에는 나름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가 많고 변하겠지만 말이다..ㅎㅎ)
처음에는 AI를 잘 쓰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역할을 부여하면 답변이 더 좋아지는지, 조건을 어떻게 달아야 원하는 형식으로 나오는지, 어떤 순서로 요청해야 더 쓸 만한 답이 나오는지를 계속 시도했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질문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 자체는 꽤 구체적으로 적었는데도, 막상 나온 답변을 기획에 붙이려 하면 어딘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 조사를 요청했는데 내가 실제로 필요했던 것은 시장 규모가 아니라, 지금 이 시장에서 사용자 행동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가까울 때가 있었다. 경쟁사 분석을 요청했지만, 정작 알고 싶었던 것은 기능 경쟁사의 기능 목록이 아니라 그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먼저 풀고 있는지였던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AI의 답변이 틀렸다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얻고 싶은지 충분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먼저 세 가지를 확인하려고 했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
이번 작업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얻고 싶은가.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로 발행하거나 전달할 것인가.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ChatGPT를 쓰든, Claude를 쓰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도구마다 답변의 스타일과 강점은 다르다. 어떤 도구는 구조화가 좋고, 어떤 도구는 문맥을 길게 끌고 가는 데 강하다. 하지만 기획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보다, 내가 먼저 문제를 어떤 구조로 보고 있는지 정리하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같은 “온보딩 개선”을 묻더라도 목적에 따라 질문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규 가입자의 이탈을 줄이고 싶은 것인지, 핵심 기능 경험까지 더 빨리 데려가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가입 후 첫 결제까지의 전환을 높이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AI에게 요청해야 할 분석도 달라진다. 겉으로는 모두 온보딩 개선이지만, 실제로 풀어야 하는 문제와 봐야 하는 지표는 다르다.

이때부터 조금씩 느꼈던 것 같다.
도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먼저가 아닐까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처럼 AI 도구가 빠르게 좋아질수록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AI가 더 빠르게 정리해주고, 더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줄수록 내가 무엇을 물어보고 있는지 모르면 더 빠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그 답변이 꽤 그럴듯하기 때문에, 방향이 어긋났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장은 매끄럽고 구조도 잘 잡혀 있는데, 정작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는 조금씩 멀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AI에게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문제의 기준선을 잡는 과정이 필요했다.


시행착오 2.  AI에게 내 관점 들어내기 

그래서 최근에는 AI에게 바로 “정리해줘”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지금 어떤 구조로 문제를 보고 있는지 먼저 드러내려고 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를 정리한 뒤, 그다음에는 내가 어떤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AI에게 함께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네가 [내 역할]을 맡은 서비스 기획자라면, 지금 이 문제에서 무엇부터 확인하겠어?
내가 현재 [내 접근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 접근의 전제와 사각지대를 먼저 짚어줘.
특히 최근 [업계 변화/주요 사건]이 기존 [구조/관행]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중심으로 정리해줘.


이 프롬프트에서 중요한 건 AI에게 바로 정답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참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쉽게 얻고자 하는 답이기에) 대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방식 안에 어떤 전제가 숨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한다.

기획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세운 가설을 사실처럼 다루게 될 때가 있다.
“이 시장은 이런 구조로 움직인다”, “유저는 이 흐름에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 “이 기능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같은 생각들이다.

물론 이런 가설은 필요하다. 가설이 있어야 기획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가설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하지 않은 채, 계속 그 위에 내용을 쌓아갈 때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를 분석하면서 처음부터 “이 서비스의 강점은 커뮤니티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AI에게도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관점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서비스의 커뮤니티 구조를 분석해줘”, “유저 간 상호작용이 어떻게 리텐션으로 이어지는지 정리해줘”와 같은 식이다.

그러면 답변 역시 그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서비스의 성장 요인이 커뮤니티가 아니라 결제 구조, 콘텐츠 공급 방식, 온보딩 경험, 혹은 최근 플랫폼 정책 변화일 수도 있다. 처음 질문의 방향이 좁으면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정리해줘도,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더 선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AI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보고 있는지 함께 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렇게 묻는 것과,

서비스 기획자처럼 이 서비스를 분석해줘.

이렇게 묻는 것은 다르다.

나는 지금 이 문제를 유저 리텐션 관점에서 보고 있어.
이 접근의 전제와 사각지대를 먼저 짚어주고, 다른 관점에서 봤을 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해줘.


내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후자의 질문은 AI에게 답을 만들게 하는 동시에, 내 질문 자체를 검토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내가 처음에 너무 당연하게 두고 있던 관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시행착오 3.  AI의 전제 파악하기

또 하나 쓰게 된 방식은 여러 AI를 병렬로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주제를 ChatGPT에도 물어보고, Claude에도 물어보고, 필요하면 다른 AI에도 물어본다. 처음에는 단순히 더 좋은 답변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답변의 품질보다 더 흥미롭게 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각 AI가 깔고 있는 전제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시장 데이터, 같은 사례, 같은 키워드를 보고도 어떤 답변은 현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서 끝난다. 반면 어떤 답변은 그 현상이 앞으로 어떤 구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까지 이어간다. 이때의 차이는 단순히 정보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두 개 이상의 답변을 나란히 놓고, 다시 이런 식으로 묻는다.

다음은 다른 AI가 정리한 분석이야.
이 분석의 전제 세 가지를 짚어줘.
그리고 그 전제들이 지금 시점에 흔들리고 있다면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반박해줘.

이 질문이 꽤 유용했던 이유는, 내가 이미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인 분석을 다시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자료를 많이 모으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자료를 어떤 구조 안에서 해석할지 결정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AI가 정리한 내용도 그대로 가져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답변이 어떤 전제를 기준으로 사실을 배열했는지 봐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해보자. 겉으로 보면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성장이 유저의 반복 사용에서 나온 것인지, 일시적인 프로모션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 플랫폼의 정책 변화 때문에 생긴 것인지에 따라 다음 기획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반복 사용이 늘어난 것이라면 사용자의 습관 형성 구조를 봐야 한다. 프로모션 효과라면 비용을 줄였을 때도 같은 행동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책 변화로 인한 성장이라면 그 정책이 다시 바뀌었을 때도 서비스가 버틸 수 있는지 봐야 한다.

결국 같은 “성장”이라는 단어 안에도 확인해야 할 질문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AI가 준 답변을 볼 때는 “맞는 말인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제를 깔고 맞는 말처럼 보이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러 AI를 쓰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답변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하나의 해석에 너무 빨리 기대고 설득되어 따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 5.  AI의 근거 확인하기

물론 이렇게 관점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AI의 답변을 비교하면서 전제를 확인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반드시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임에도 놓치는 경우가 많다)

AI는 문장을 꽤 그럴듯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실제로 그런 자료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기획 문서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설명이 아니라, 지금 의사결정에 써도 되는 근거라는 것을 놓치면 안된다. 

그래서 정리 단계로 넘어갈 때는 이런 질문을 붙인다.

이 내용의 근거가 되는 공식 블로그 포스트, IR 자료, 컨퍼런스 발표의 제목과 발행일을 알려줘.
내가 직접 검색해서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해.


이 질문을 넣는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말한 내용이 실제로 확인 가능한 자료에 기반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특히 시장 변화나 기업 전략, 업계 트렌드를 다룰 때는 더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AI는 여러 정보를 섞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정리해줄 수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문장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가 특정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하려면, 공식 블로그나 IR 자료, 컨퍼런스 발표, 인터뷰처럼 확인 가능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행일도 중요하다. 몇 년 전 자료를 지금의 전략처럼 가져오면 기획의 출발점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사실 조금 번거롭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꽤 큰 차이를 만든다.

AI가 정리해준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구성하는 근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 회사가 A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식 자료를 보면 실제로는 A보다 B를 더 중요하게 말하고 있을 수 있다. 또는 과거에는 A를 강조했지만, 최근 발표에서는 전혀 다른 지표를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차이는 AI가 정리한 문장만 읽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결국 직접 확인 가능한 근거까지 내려가야 보인다. 기획에서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문장이 아니라, 실제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출처 : 나무위키

시행착오의 결론, 결국 나의 몫

앞으로도 AI를 사용하며 일하는 방식은 계속 바뀔 것 같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고, 더 좋은 도구나 더 나은 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AI를 쓰는 방법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결국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비교하고 무엇을 판단할지는 나의 몫이라는 점이다.

AI는 빠르게 정리해주고, 다양한 관점을 제안해주고, 내가 놓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모르면 그 답변은 쉽게 흩어진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그럴듯한 답변도 실제 기획에는 잘 붙지 않는다.

그래서 AI를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프롬프트를 찾는 일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문제 앞에 서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일에 가까운 것 아닐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이 문제를 바라보는 내 관점 안에 당연하게 깔린 전제는 없는지.
그리고 그 전제는 지금도 유효한지.


이 질문들을 먼저 붙잡고 있어야 AI의 답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답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비교하고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면서 내 판단의 재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AI가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AI와 함께 일할수록 내가 더 선명해져야 하는 시대에 가까운 것 같다.
도구는 계속 좋아지겠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중심을 잡는 일은 여전히 기획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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