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를 기획하며 다시 생각해본 기록
요즘 신규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보게 된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쇼핑 경험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고객은 이 안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어요.
PM, 기획자의 입장에서 커머스 서비스를 보다 보면 쇼핑은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분명 어떤 고객은 필요한 것을 가장 빠르고 편하게 사고 싶어 하고, 또 어떤 고객은 둘러보는 과정 속에서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니까요. 이 차이는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구조와 우선순위를 다르게 설계해야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번에 신규 앱을 기획하면서 우리 플랫폼의 쇼핑 성격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 돌아보게 됐고, 목적형 쇼핑과 발견형 쇼핑은 무엇이 다르며 각각 어떤 경험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다시 기본부터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글은 그 고민의 흐름을 따라가며 정리한 메모에 가깝습니다.
같은 쇼핑이어도, 고객이 원하는 경험은 꽤 다르다
쇼핑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이 들어온 맥락에 따라 기대하는 경험이 꽤 다르죠.
예를 들어 생수나 휴지처럼 이미 필요한 것이 정해져 있는 상품을 살 때는 가능한 한 빨리 찾고, 익숙한 조건 안에서 비교하고, 바로 결제까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패션이나 뷰티, 인테리어처럼 취향이 크게 작용하는 카테고리에서는 처음부터 원하는 상품이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검색의 정확도보다도 내 취향에 맞는 제안, 둘러보는 재미, 발견의 즐거움이 더 크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쇼핑 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필요를 빠르게 해결하는 목적형 쇼핑, 다른 하나는 취향을 탐색하고 발견하는 발견형 쇼핑입니다.
물론 실제 서비스에서는 이 둘이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죠. 하나의 플랫폼 안에도 두 성격이 함께 섞여 있고, 같은 고객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쇼핑 모드로 들어가니까요. 다만 신규 앱을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우리가 더 중심에 두고 있는 쇼핑 경험이 무엇인지 먼저 분명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야 메인 화면의 구조도, 추천 방식도, 검색과 큐레이션의 비중도 훨씬 선명하게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목적형 쇼핑
먼저, 목적형 쇼핑은 고객이 이미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당장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야 하거나, 늘 쓰던 상품을 다시 구매해야 하거나, 조건이 명확한 상품을 비교해서 사려는 경우가 여기에 가까워요.
이때 고객이 기대하는 것은 대체로 분명합니다. 좋은 가격, 빠른 배송, 검증된 후기, 쉬운 비교, 적은 클릭. 결국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입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서비스가 강하게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고객이 굳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미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빠르게 찾고 바로 살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왔습니다. 목적형 쇼핑에서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적은 노력으로 찾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화의 핵심은 탐색 비용 절감 아닐까
요즘 추천 기능을 거의 모든 서비스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목적형 쇼핑에서 추천은 발견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고객이 덜 헤매게 돕는 장치에 가까운 것 같아요. 최근에 본 상품, 장바구니에 담았던 상품, 자주 구매한 상품, 함께 구매한 상품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이런 추천은 고객이 수많은 상품을 다시 비교하는 수고를 줄여줍니다. 특히 반복 구매가 잦거나 익숙한 브랜드가 있는 카테고리일수록, 추천은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것보다 이전의 선택을 더 쉽게 이어주게 하는 역할이 더 큽니다.
만약 우리 플랫폼이 목적형 쇼핑의 성격이 강하다면, 메인 홈에서부터 “무엇을 새롭게 보여줄까”보다 “무엇을 더 빨리 다시 살 수 있게 해줄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기 때문이죠. 최근 본 상품, 재구매 진입점, 개인화된 추천 영역, 맞춤형 혜택 노출은 이때 훨씬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검색도 결정을 줄여주는 기능이어야 한다
목적형 쇼핑에서는 검색도 매우 중요한 축인데요. 그런데 검색이 잘 된다는 건 단순히 키워드에 맞는 결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고객은 검색창을 열기 전부터 이미 많은 맥락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최근 구매 이력, 선호 브랜드, 자주 찾는 카테고리, 가격대, 배송 조건처럼요. 그래서 좋은 목적형 쇼핑 경험은 검색 이전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고, 자주 사는 상품을 먼저 보여주거나, 정기구독과 재구매 동선을 자연스럽게 열어주더라고요.
또 검색 결과 안에서도 필터와 정렬이 얼마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정확도, 인기순, 추천순 같은 기준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이 진짜 빠르게 고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죠. 결국 목적형 쇼핑에서 검색도 정보 탐색 기능이라기보다 구매까지 가는 시간을 줄이는 기능에 더 가깝습니다.
결국은 더 덜 헤매게 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목적형 쇼핑에서는 고객을 촘촘하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령, 성별, 지역, 가구 구성, 반복 구매 패턴에 따라 필요한 상품은 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데이터는 프로모션 효율을 높이거나 광고를 정교하게 운영하는 데도 쓰이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 더 중요하게 보였던 건 탐색 경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줄여주느냐였습니다. 고객이 지금 필요로 할 확률이 높은 것을 먼저 보여주고, 굳이 여러 번 비교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는 것. 목적형 쇼핑은 결국 이런 작은 편의의 축적에서 경쟁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발견형 쇼핑
반대로 발견형 쇼핑은 출발점이 조금 다릅니다. 고객이 처음부터 사고 싶은 상품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상품 그 자체보다도 취향과 분위기, 라이프스타일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션, 뷰티, 인테리어처럼 감각과 맥락이 중요한 카테고리에서 특히 이런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데요. 이때 고객은 단지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무드나 스타일을 함께 발견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발견형 쇼핑에서는 가격 비교나 빠른 탐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추천도 다르게 작동해야 하고, 화면도 다르게 구성돼야 하며, 콘텐츠의 역할도 훨씬 커집니다.
목적형 쇼핑이 효율을 높이는 경험이라면, 발견형 쇼핑은 고객의 감정과 취향을 움직이는 경험에 더 가깝죠.

큐레이션이 상품보다 먼저 작동한다
발견형 쇼핑에서 고객은 상품 하나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나 취향을 함께 탐색합니다. 이때 단순히 비슷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고객이 왜 이 상품에 끌리는지, 어떤 스타일 안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까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큐레이션의 힘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패션이라면 옷 한 벌이 아니라 전체 스타일링으로, 인테리어라면 소품 하나가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로, 뷰티라면 제품 스펙이 아니라 사용 맥락과 이미지로 제안해야 하죠.

무신사의 코디 탭이나 에이블리의 스타일 중심 탐색 구조가 인상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상품 나열보다 “이 느낌이 좋다”는 반응을 먼저 끌어내는 데 집중하는데요. 발견형 쇼핑에서는 이런 감각적 진입점이 검색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희 서비스는 목적형 쇼핑보다 발견형 쇼핑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이 특성을 더 잘 살리려면 화면과 탐색 경험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상품을 카테고리 중심으로 보여주는 방식보다 스타일, 상황, 테마처럼 고객의 취향이 먼저 반응할 수 있는 맥락을 전면에 두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추천 역시 구매 이력을 따라가는 방식보다, 비슷한 취향 안에서 새로운 상품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쪽이 더 우리 서비스다운 방향일 수 있겠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품보다 장면이 먼저 기억된다
목적형 쇼핑이 가격과 배송, 혜택 중심의 메시지에 반응한다면, 발견형 쇼핑은 더 자주 감정과 장면에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하나 볼 때도 단순히 소재나 가격보다, 내가 이걸 입었을 때 어떤 분위기로 보일지 먼저 상상하게 되죠. 인테리어 소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품 자체보다 우리 집에 놓였을 때 어떤 느낌일지, 내 공간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함께 떠올립니다. 그래서 발견형 쇼핑에서는 스토리와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상품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상품이 들어간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보여줘야 하죠. 고객은 정보를 읽는 동시에 자신을 그 안에 대입해보게 됩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차이는 꽤 실무적인 고민으로 이어지는데요.
목적형 쇼핑에서는 전환을 빠르게 만드는 UI가 중요하다면, 발견형 쇼핑에서는 고객이 조금 더 머물고, 둘러보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UI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꼭 바로 사게 만드는 버튼보다, 더 보고 싶고 더 탐색하고 싶게 만드는 구조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요즘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취향 기반 서비스일수록 고객 간 소통이 더 중요해진다
발견형 쇼핑은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추천만 잘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데요. 오히려 고객들이 서로의 맥락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의집이 좋은 예시가 되어줍니다. 다른 사람의 공간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고, 그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실제 사용 맥락을 보며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죠. 이 과정은 단순히 상품 탐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취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패션과 뷰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닏. 지그재그의 후기, 스타일링 예시, 질문과 답변, 실시간 소통, 라이브 방송처럼 고객이 서로 참고할 수 있는 접점이 많을수록 발견의 밀도는 높아집니다. 특히 취향이 개입되는 상품일수록 다른 사람의 선택과 맥락은 생각보다 강한 설득력이 됩니다.
그래서 발견형 쇼핑을 기획할 때는 단순히 “추천 기능을 넣을까”를 넘어서, 고객이 서로의 취향을 참고하고 반응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발견은 시스템만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우리 서비스는 어떤 쇼핑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는가
신규 앱을 기획하면서 계속 돌아보게 되는 건, 결국 우리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쇼핑 경험을 더 중심적으로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실제 커머스는 목적형 쇼핑과 발견형 쇼핑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고 한 서비스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렇다고 두 성격을 모두 비슷하게 가져가면 오히려 서비스가 애매해지기 쉽다고 느꼈어요. 빠르게 찾고 바로 사게 만드는 경험이 더 중요한 서비스가 있는 반면, 머물며 취향을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만드는 경험이 더 중요한 서비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획에서는 두 유형을 구분해 이해하는 것 자체보다, 우리 플랫폼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 먼저 판단하고 그에 맞게 화면과 탐색 구조, 추천 방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에 이 부분을 다시 정리하면서 무엇을 더 추가할지보다, 어떤 경험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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