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
최근 들어 영어를 조금 더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영어 회화 공부의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다.
이전 직장에서도 해외 서비스 런칭을 위해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며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함께 소통하던 개발자와 현지 엔지니어 모두 한국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소프트 런칭 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고객분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가벼운 질문을 통해 반응을 파악하는 정도로 영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 직장에서는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빈도와 필요성이 조금 더 커졌다. 콘텐츠진흥원 등에서 진행하는 해외 부스에 나가 해외 유저들을 직접 만나고, 서비스와 이벤트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일이 많아졌다.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유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해야 하는 순간들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영어를 조금 더 잘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아주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가 조금만 깊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을 때면 한계를 느꼈다. 사용자의 반응을 더 자세히 파고들고 싶었고, 그들이 어떤 문화적 맥락 안에서 어떤 경험들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면 하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목적과 이유
내가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이유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결국 영어로 더 자유롭게 말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영어로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해외 유저를 만났을 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나오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대화에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편하게 질문하고 설명할 수 있는 회화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영어 회화를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어를 더 잘 구사할 수 있다면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문화를 소비하고 이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유명한 관광지만 돌거나, 흔히 말하는 필수 쇼핑 리스트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쪽을 더 좋아한다. 예술과 패션, 식문화처럼 그 나라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드러나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파리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기도 하고, 지금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작가의 전시는 무엇인지 찾아보고 가기도 한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지 구경하는 일도 좋아한다. LA나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주말을 보내는 방식, 동네마다 다른 분위기, 거리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패션과 문화를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토론토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섞인 도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먹는 음식, 시드니에서는 바다와 가까운 일상과 여유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현지인들은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보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주 가는 식당을 물어보고 가서 먹어보는 것, 왜 이런 식문화와 생활 방식이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여기가 유명하다더라”, “이 음식이 맛있다더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곳에서는 이런 문화가 생겼는지, 사람들은 이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다. 알아보고, 이해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과정 자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언어의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다. 지금의 짧은 영어로도 현지인들과 짧게 대화를 나누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추천받은 식당에 가서 메뉴에 대해 물어보거나, 이 동네 사람들은 주말에 주로 무엇을 하는지 듣거나, 어떤 전시가 요즘 인기 있는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밀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쉬웠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 내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필요한 말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일상과 취향, 문화적 맥락을 조금 더 깊게 나누고 싶었다.
기획자로서도 이 부분은 중요하게 느껴졌다. 결국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고,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 서비스를 쓰는지,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 유저를 만나는 순간에는 언어가 그 이해의 깊이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여가를 보내는지, 무엇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낯설게 느끼는지는 실제 대화와 경험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영어 공부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단순한 시험 점수나 스펙이 아닌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고,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과 더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더 넓은 시장과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에 가깝다.
대안과 선택 이유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1:1 영어회화 학원이었다.
처음부터 학원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혼자 공부했다. 지난 출장과 여행에서 내가 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들, 답하고 싶었지만 바로 표현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따로 적어두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현지인들은 어떻게 더 자연스럽게 말하는지 궁금해 한국에 돌아와 유튜브나 미드를 찾아보며 표현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예를 들면 부스에서 유저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여행 중 현지인에게 식당에서 음식이 어땠는지, 전시를 보니 어떤지 물어보면 뭐라고 답변 할지 부터. 스몰토킹을 할 때 꺼내면 좋을 만한 주제까지. 실제로 내가 겪었던 상황을 바탕으로 공부하다 보니 처음에는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한계가 느껴졌다. 생각보다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한국에 돌아온 뒤 영어를 써야 하는 환경이 사라져서인지, 다시 느슨해지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지만, 당장 하지 않아도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기에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렸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선택지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영어 회화 앱을 사용할 수도 있었고, 대형 어학원에 다닐 수도 있었다. 1:1 학원을 등록하는 방법도 있었고,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었다. 각각 장단점은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조건은 비교적 명확했다.
첫 번째는 반강제로라도 영어 공부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환경이어야 했다. 혼자 하면 쉽게 미뤄지는 나를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영어를 말해야 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두 번째는 내가 영어를 쓰고 싶은 상황에 맞춰 연습할 수 있어야 했다. 단순히 정해진 교재를 따라가는 것보다, 나의 생각, 나의 취미, 내가 자주 놓이는 상황을 중심으로 말해보고 싶었다. 또 내가 자주 쓰는 표현, 발음, 말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코칭을 받고 싶었다.
세 번째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채울 수 있는 환경이어야 했다. 나는 영어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말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문장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틀리더라도 계속 말해보고, 그 안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이 조건들을 놓고 보니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가격적으로는 가장 부담이 있는 선택지였지만, 지금 나에게는 1:1 학원이 가장 잘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픽 IH 등급을 목표로 세웠다. 점수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나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 동기부여를 느끼는 편이다. 막연히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쉽게 흐려질 수 있으니, 우선은 오픽 IH라는 기준을 하나 세워두고 그 과정 안에서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앞으로
앞으로는 영어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아직 시작 단계라 얼마나 빠르게 늘지는 모르겠다. 분명 말이 잘 나오지 않아 답답한 날도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더디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그 과정까지 남겨보고 싶다. 잘한 것만 남기기보다는 틀렸던 표현, 말문이 막혔던 순간, 조금씩 나아졌다고 느낀 순간, 극복한 방법도 함께 적어보고 싶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결국 더 잘 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말해보고, 배우고, 다시 기록해보려고 한다.